INFP, 왜 그렇게까지 피할까
– 모든 걸 끊어버리는 그 마음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
안녕하세요. 예담입니다.
누군가는 말합니다.
“한 번 말로 풀면 되는 걸 왜 그렇게 조용히 도망치지?”
“그냥 얘기하면 될 일을 왜 혼자 끌어안고 있어?”
하지만 INFP에게 어떤 갈등은, 말로 꺼내는 그 순간부터 이미 벅찹니다.
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정리하고, 언어로 바꾸고, 상대의 반응을 감당해야 하는 그 일련의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.
그래서 이들은 종종 설명 없이 물러나고, 모든 연락을 끊어냅니다.
조용히, 그리고 단호하게.
갈등 자체보다, 그 과정이 감당이 안 된다
INFP는 대립이나 갈등을 무서워하는 게 아닙니다.
그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.
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부터 시작해서,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,
그걸 어떻게 말해야 오해 없이 전달될지—
이런 수많은 질문 앞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.
그럴 바엔 그냥 거리를 두고, 상황 전체를 멈춰버리는 편이
덜 상처받고, 덜 무너질 수 있는 방법처럼 느껴집니다.
수백 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‘그만두는 것’일 때도 있다
INFP는 쉽게 멀어지는 사람이 아닙니다.
멀어지기 전, 이미 속으로 수십 번 상황을 되뇌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.
어떻게 말해야 할까, 말한 뒤엔 어떤 반응이 올까,
그걸 내가 견딜 수 있을까, 후회하지 않을까.
이런 생각들을 끝없이 반복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
‘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만두는 것’일 수 있습니다.
이해를 구하지도 않고, 오해를 바로잡지도 않고,
그냥 사라지는 선택.
그건 이기적인 선택이 아니라,
그 순간엔 그 방법밖에 없어서 그렇게 한 것에 가깝습니다.
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차단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이유
가족, 연인, 친구—
그 누구와의 관계든,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INFP는 그냥 끊어냅니다.
싫어서도 아니고, 미워서도 아닙니다.
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고,
그 상황 안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무너져내리기 때문입니다.
그건 분노나 복수의 행동이 아니라,
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본능에 가깝습니다.
이 이상 이 감정을 계속 겪고 싶지 않아서,
그냥 모든 연결을 끊어내는 것.
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고,
조용히 사라지는 것.
회피는 선택이라기보다, 감당의 한계에서 나온 결과
INFP는 감정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.
그 깊이와 무게를 견디는 데 익숙하지만,
어떤 날은 그 무게조차 너무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.
그럴 때, 회피는 선택이 아니라
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이 되기도 합니다.
미루고, 침묵하고, 물러서고, 결국 단절까지 가는 그 흐름은
단순한 회피성 행동이 아니라,
감정 과부하 속에서 나온 생존 본능입니다.
마무리하며
INFP는 관계를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.
다만, 때로는 너무 깊이 감정을 겪기 때문에
조금이라도 더 버티다 보면,
어느 순간 완전히 끊어내는 것만이 가능한 선택이 되어버립니다.
그건 강해서가 아니라, 약해서가 아니라,
지쳐 있었기 때문입니다.
설명하지 않는다고 해서,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.
말하지 않았다고 해서, 감정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.
그저, 감정의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날이었을 뿐 아닐까요?